말(馬)과 함께/승마(乘馬)

2008년 8월22일 내일신문에 나온 내 신문기사

YOLO족 2008. 9. 9. 06:21

 

  

연휴가 한창인 지난 16일 오전, 하영석(43)씨는 여느 주말이나 다름없이 서울숲에 있는 승마훈련원을 찾아 승마를 즐겼다.
정보기술(IT) 관련 사업을 하는 하씨는 제주도에서 말을 타본 후 승마에 빠져들었다. 그는 “승마할 때 말 위에 가만히 앉아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운동이 많이 된다”며 “힘이 많이 들지는 않지만 유산소 운동이 극대화돼 겨울에도 땀이 난다”고 말했다. 한 시간 승마를 한 그의 몸에선 땀이 비오듯 했다. 173cm 신장의 그는 승마를 하기 전 75kg의 체중이었지만 승마를 한 후 매년 평균 1kg씩 체중이 줄어 지금은 66kg의 표준체중으로 변했다. 
 

◆여성들도 선호해 = 승마는 여성들도 쉽게 즐길 수 있어 폭넓은 대중 스포츠로 성장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갖추고 있다.
외국계 회사에 다니는 김혜경(40)씨는 지난 1999년 호주 여행에서 승마를 접한 후 한국마사회에서 무료강습을 받고 국내에서 승마할 수 있는 곳을 찾다 호스앤아이(www.horseni.com)에 가입했다. 그는 휴가를 이용해 말레이시아에서 열리는 승마대회를 관람하고 왔을 정도로 승마 매니아다. 승마 생활체육지도자 3급 자격도 갖고 있다.
프리랜서 통·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는 홍서정(35)씨도 2년 경력이지만 매주 서울숲에서 승마를 즐기고 있다. 홍씨는 “호스앤아이 동호회원 중 80%는 여성”이라고 말했다.
승마를 즐기는 이유는 다양하다. 한 시간만 말을 타도 온 몸이 땀으로 흠뻑 젖는 쾌감도 있지만 건강관리나 체형관리도 말을 타게 하는 동기가 된다. 제주도에 있는 준승마아카데미(http://cafe.daum.net) 회원인 박경영(43)씨는 “생활체육회 승마교실에 다니다 좌골신경통에 좋다고 해서 본격적으로 배우고 있다”며 “3개월 됐는데 몸이 많이 좋아진 것 같다”고 말했다.
임준석(42) 준승마장 대표는 “승마는 과격하지 않지만 운동량이 많고 체형관리에 좋아서 여성이 즐기기 좋다”며 “회원들의 70%가 여성”이라고 말했다. 준승마장은 이런 추세를 반영해 조교사도 모두 여성으로 구성했다.

 

◆2010년 상주에서 세계승마대회 개최 = 정부는 국내 말(馬) 산업의 주축인 경마가 사행성 논란을 벗어나지 못하면서 그 대안으로 승마를 주목하고 있다.
농림수산식품부와 한국마사회(KRA)는 사행산업총량규제에 따른 경마의 급격한 침체를 우려하고 있지만 사행산업에 대한 총량을 규제해야 한다는 원칙엔 동의하고 있다. 이에 따라 경마의 시장규모는 현행 수준에서 동결한 후 가족이 함께 즐길 수 있는 건전한 레저로 바꿔나가고 말산업의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승마를 육성하겠다는 정책을 구상하고 있다.
농식품부가 승마에 주목한 것은 2005년이다. 지난 1991년부터 정부가 추진해 온 경주마생산 중장기 사업이 종료되는 2006년을 앞두고 새로운 마필산업 육성대책이 시급한 과제로 부상했기 때문이다. 농식품부는 “승마 활성화로 레저수요를 충족하고 말 생산 및 유통기반을 확대하겠다”는 방침을 세우고 ‘마필산업 육성대책’을 마련했다.
농식품부와 한국마사회는 승마장 신설과 무료승마교육 등을 통해 승마를 즐길 수 있는 기반을 만들어 갔다. 정부의 육성방향에다 때마침 확산된 주5일근무제 및 소득향상으로 승마인구는 대폭 늘어났다. 2005년 당시 모두 130여개에 이르던 승마장은 올해 6월말 현재 190여개로 증가했다. 국내 승마인구도 2005년 2만여명에서 현재 네 배 이상 증가한 것으로 보인다.
한국축산경제연구원이 지난 7월 발표한 ‘국내 승마산업 실태조사 및 발전방안 정립’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인터넷 승마 동호회(회원수 20명 이상)는 192개에 이르러 회원수가 9만여명이나 된다. 중복회원 등을 제외하더라도 3년 사이에 승마 인구가 대폭 증가한 것이다.
국제사회도 한국의 승마시장이 가진 잠재력을 인정하기 시작했다. 지난 3월 1일 중국 하얼빈에서 열린 국제대학생스포츠연맹(FISU) 집행위원회는 2010년 제9회 세계대학생승마선수권대회(WUEC) 개최지로 경북 상주시를 뽑았다. 상주시는 신라·가야의 전통승마 유적과 역사성을 내세워 세계 최대 승마경기장이 있는 독일의 아헨을 제치고 대회유치에 성공해 세계를 놀라게 했다.
정연근 기자 ygju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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